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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편을 쓰는 동안 저는 계속 앞만 보고 왔습니다. 다음은 뭘 쓰지, 그다음은 뭘 쓰지 하면서요.

이번 글은 한 번 뒤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1년 반 동안 어디를 어떻게 돌았는지, 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지요.

다시 돌아간다면 검사부터 하겠습니다

2024년 가을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제품을 사러 가지 않을 겁니다. 병원부터 갈 거예요.

그것도 피부과가 아니라 산부인과로요. 초음파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난소 상태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까지 받아볼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예 안 할 것도 정해져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기초 라인을 갈아엎는 일이요.

그때 저는 좋다는 걸 계속 더했습니다. 하나 사서 얹고, 또 하나 사서 얹고요. 지금이라면 반대로 갈 것 같아요. 다 걷어내고 수분크림 하나만 남기는 쪽으로요.

나아지겠지, 라는 말로 1년을 보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건 특정 제품도 특정 방법도 아니었습니다.

'나아지겠지'라는 말이었어요.

기초를 바꾸고, 유제품을 끊고, 운동을 하면서 저는 계속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만큼 했으니 곧 나아지겠지. 이번 달은 아니어도 다음 달엔 나아지겠지.

근거가 있어서 한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예요.

그 막연함이 1년을 잡아먹었습니다. 확인할 생각은 안 하고 기다리기만 했으니까요.

 

2025년 11월, 치료를 시작하기 전. 보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턱에만 난다는 말이 실마리였습니다

혼자 헤매던 시기에 방향을 틀어준 건 결국 밖에서 들어온 말이었습니다.

턱 쪽에 유독 심하게 나는 걸 보니 산부인과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요. 검색하다 비슷한 내용을 본 적도 있었지만, 사람에게 직접 들으니 무게가 달랐습니다.

그 말이 없었다면 저는 더 오래 피부과만 다녔을 겁니다.

반대로 듣기 힘들었던 말도 있습니다. 원래 피부 좋았는데 무슨 일 있냐는 말이요.

악의가 없다는 건 압니다. 저를 오래 본 사람일수록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요. 다만 들을 때마다 제가 잃어버린 걸 한 번 더 확인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말이 더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이 왔다고 생각해요.

마스크를 쓰고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심했던 시기에 저는 미팅에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계절도 상황도 상관없었습니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비비 하나 바르고 그냥 들어갑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데 긴 말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가릴 게 없으면 가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시기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기 그때 제 상태
2024년 가을 얼굴 전체에 붉은 여드름과 화농성이 갑자기 올라오기 시작
2025년 기초와 식단을 계속 바꿔가며 헤맴. 원인은 못 찾음
2025년 11월 산부인과에서 검사. 다낭성 진단
2026년 5월 처방약 복용 시작. 크고 아픈 여드름이 들어감
2026년 8월 약 유지, 기초 고정, 시술 병행. 흔적을 정리하는 단계

진단받던 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충격보다 후련함이 컸어요. 이유를 알았으니까요.

약을 시작하고 크고 아픈 것들이 더 안 올라오기 시작했을 땐 좀 신기했습니다. 몸 안에서 날뛰던 것이 가라앉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처럼 다낭성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채 이 길 저 길 헤매는 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어떠냐고 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주위에서 다들 진짜 많이 좋아졌다고 할 정도예요. 새로 처치 곤란한 여드름이 올라오지 않고, 붉은 자국도 대부분 가라앉았습니다.

남은 것도 있습니다. 갈색으로 굳은 색소침착은 여전히 더디게 옅어지는 중이에요.

솔직히 지금도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흉터에 좋다는 광고를 보면 혹하거든요.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더하는 걸로는 안 됐다는 걸 이미 1년 동안 배웠으니까요.

2026년 8월, 오후 5시. BB크림만 바른 상태이고 보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 시리즈를 길 끝에서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때가 오면 비포 애프터가 확실할 테니까요.

 

아직 길 끝은 아닙니다. 갈 길이 남았어요. 다만 이제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알고 걷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네 번째 시술 이야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다낭성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턱과 볼에만 반복되는 게 이상해서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피부과만 다니던 1년 동안은 짐작도 못 했습니다.

지금 피부는 어떤 상태인가요?
새로 올라오는 화농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남은 흔적을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안 나은 건 뭔가요?
갈색으로 굳은 색소침착입니다.

기초는 지금도 바꾸시나요?
아니요. 정착한 뒤로는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면 흔들릴 때가 있지만 참고 있어요.

본 글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은 개인의 경험 기록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지침이 아닙니다. 증상과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검사나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